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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맛집🍝

[로마 맛집] 로마 트라스테베레(trastevere) 아페리티보(aperitivo) 맛집

by 로마살이 2023.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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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 왔으니 아페리티보를 시도하고 싶었다. 아페리티보(aperitivo) 문화는 이탈리아에서 저녁 전 먹는 식전주로 '열다'라는 뜻의 라틴어 아페리레(aperire)에서 유래한 말이다. 말 그대로 식사 전 입맛을 돋우기 위한 술인데, 영어로는 보통 happy hour라고 쓰는 것 같다. 식당에서 아페리티보를 주문하면 식전주 한잔과 몇 가지 안주를 내어주게 된다. 이태리 사람들은 아페리티보 후에 저녁식사를 또 하는진 모르겠지만, 우리는 저녁으로서 아페리티보를 먹어보기로 했다. 그나저나 이태리 사람들은 정말 대식가다. 우린 개인당 파스타 한 접시, 또는 스테이크 한 접시면 배가 부른데, 다들 전체요리인 안티파스토(antipasto)에 프리미(primi; 파스타 등 탄수화물류), 세콘디(secondi; 고기 등 단백질류), 돌체(dolce; 디저트)까지.. 대단하다. 

 

우린 로컬 식당들이 밀집한 트라스테베레(trastevere)로 향했다. 테베레강 건너에 있는 로마의 오래된 서민 동네로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좁은 골목사이에 아기자기한 식당들과 가게들이 꽉 들어차있었다. 관광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찐 로컬 스트릿 분위기. 어쨋든 우리는 여기서 괜찮은 아페리티보를 제공하는 곳을 찾아 돌아다녔다. 

 

가격은 7~8유로부터 비싼곳은 15유로도 넘게 가게마다 천차만별이다. 그중에서 우린 안티코 카페 델 모로(antico cafee del moro)라는 식당을 방문했다. 8유로로 10유로대 식당들보다 저렴하기도 했고, 메뉴판이 영어로 되어 있어 우리에겐 읽기 편했다. 식당마다 다르지만 아페리티보는 보통 오후 5시 반이나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운영하는 것 같았다. 

우리가 방문했던 트라스테베레 식당의 아페리티보 메뉴 구성

식전주 한잔에 살라미, 치즈, 브루스케타, 파스타, 튀김 등이 나오는 구성이다. 식사 보다는 안주 느낌.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괜찮은 것 같다. 식전주 한잔을 주문할 수 있는데, 모든 술을 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지정된 칵테일이나 와인 한잔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로마에서 식전주로 주로 마시는 스프리츠(spritz)를 주문했다. 식전주로 유명한 오렌지색 리큐르인 아페롤(aperol)에 스파클링 와인이 첨가된 대표적인 아페리티보 식전주다. 

로마의 아페리티보 스프리츠

날씨가 좋아 밖에 앉았다. 좁은 골목에 테이블 3개가 놓여져 있었다. 옆에선 사람들이 계속 지나갔다. 한국에서는 느껴보기 힘든 분위기. 자유롭고 개방적이고 신선했다. 스프리츠도 달콤했다. 도수는 조금 있는 편.

로마 트라스베레의 저렴한 아페리티보(식전주 + 안주 조합)

스프리츠와 함께 10-20분 수다를 떨었을까, 식전주와 함께 즐길 안주(우리에겐 저녁)가 나왔다. 아주 소박한 한 접시다. 손바닥만 한 라자냐 형식의 파스타와 브루스케타 한 조각, 살라미와 포르마지오 치즈 한 덩이, 가지와 감자, 양파 튀김이 전부다. 

맛이야 뭐 상상할만한 딱 그 정도의 맛이다. 하지만 8유로에 술 한잔과 이 정도 안주를 어디서 먹겠는가? 파스타와 튀김류는 홈메이트 퀄리티로 적당했다. 이탈리아가 재료가 좋아서 그런지 브루스케타의 토마토가 향도 좋고 참 맛있었다. 살라미와 치즈도 짜지 않고 술안주로 적당했다.

 

옆으로 모닝보다 작은 클래식카 한대에 사람 3명이 완전 packed 되어 동영상을 찍으며 우리 옆을 지나갔다. 유쾌하고 발랄하며, 뭔가 자동차가 통통 튀며 굴러가는듯해 웃음이 났다. 주변에 같이 식사하던 사람들과 행인들도 빵 터졌다. 즐거운 분위기. 술 한잔과 안주로 배부르지 않게 천천히 먹으며 얘기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려고 했다. 너무 어두울 때 다니지 않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고 테베레 강을 건너기 위해 다리로 향했다.

테베레강 다리 위에서 찍은 야경. 장관이다.

테베레 강의 다리를 지나는 찰나, 기타 하나 들고 버스킹 하는 길거리 악사의 노랫소리에 우린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남들과 똑같이, 다리에 등을 기대고는 음악에 심취해 들었다. 흥에 맞춰 팔을 돌리며 춤을 추는 사람도 있었다. 듣다 보니 해는 졌고 밤이 찾아왔다. 그에 맞춰 거리의 가로등과 불빛들도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했다. 잠들지 않는 테베레강의 다리와 사람들. 더 늦지 않기 위해 묶여 있는 발을 재촉해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트라스테베레 지역은 다른 식당을 방문해 보기 위해서라도 꼭 다시 한번 더 들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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