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탈리아🇮🇹/남부여행🌊

아말피 숙소 호텔 바코(Hotel Bacco) (조식, 시타버스, 히치하이킹)

by 로마살이 2023. 5. 3.
반응형

우리는 남부여행의 숙소로 아말피 인근에 위치한 호텔 바코(Hotel Bacco)를 예약했다. 구글 평점과 리뷰도 아주 좋았다. 우리는 아고다를 통해 하룻밤 약 11만 원에 예약했고, 지난번에 받은 크레딧을 사용해 약 9만 원을 지출했다. 휴일인 5/1일 노동절일 낀 숙박이었지만 가격이 매우 저렴했다. 사실 약 1주일 전에 급박하게 숙소를 정하다 보니 아말피 항구 근처에서 묶을 수 있는 적당한 가격대의 숙소는 찾기 힘들었다. 

 

 

이곳을 고른 이유는, 우리 같이 차량 없이 대중교통으로 남부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말피에서 버스를 타고 약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꽤 늦은 시간까지 버스가 운행한다. 우리 호텔이 위치한 곳은 아말피에서 포지타노 방향인 아제롤라(Agerola)에 위치한 곳이다. 여기 꼬불꼬불한 길에 호텔들이 많이 위치해 있다. 아말피의 따바끼에서 호텔 바코를 간다고 하니 아제롤라 방면 시타(SITA) 버스표를 끊어주었다. 가격인 1인당 1.3유로. 현금으로만 계산할 수 있다. 시간표를 보면 막차가 저녁 9시이다. 낮에 나폴리, 카프리에서 실컷 놀다 아말피에 6시쯤 도착한 우리는 버스표&탑승하는 곳을 미리 확인한 뒤 여유롭게 8시 반쯤 저녁식사를 마쳤다.

아말피(Amalfi)에서 아제롤라(Agerola)와 포제롤라(Pogerola)로 가는 버스 시간표(2023.5)

 

버스는 시타버스가 많이 정차해 있는 넓은 버스 주차장에서 탈 수 있다. 우리가 탈 버스는 8시 50분쯤 도착했다. 구글 맵스에는 5070번이라고 버스 번호가 나와있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버스 스크린에 Agerola라고 쓰여있는 버스를 탑승하면 된다. 혹여나 늦게 탑승하게 되면 서서 가게 될 수 있으니 일찍 가있기를 추천한다. 시타버스가 꽤나 큰 버스라서(아마도 45인승 인 듯) 자리가 많긴 하지만, 곡예 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아말피 코스트이기에 일찍 가서 자리에 앉으면 편하다. 아제롤라 방면은 왼쪽에 앉으면 코스트를 바라보며 갈 수 있다.

(왼) 시타버스 정류장, (오) 아제롤라 방면 시타버스

아말피 코스트의 야경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바다는 안 보이지만, 해안가와 절벽을 따라 별들처럼 빛나는 불빛들은 내가 마치 마법 세계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왜 야경을 봐야 하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사진에 담고 싶었으나 핸드폰 카메라로는 무리였으며, 더구나 보슬비가 내리는 창문을 통해서는 거의 불가했다. 그래도 30분간 눈 와 마음에 풍경을 다 담아보았다. 

 

버스에서 내리니 호텔 측에서 마중 나와 있었다. 비도 오고, 대중교통을 타고 오는 데다, 이미 저녁 9시가 늦은 저녁이기에 걱정이 되었나 보다. 사실 이날 우리는 호텔 측과 왓츠앱을 통해 택시 등을 예약하려고 했으나 너무 비싸서(나폴리에서 호텔 150유로, 아말피에서 호텔 90유로를 불렀다) 고사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했었다. 그래도 호텔 직원분이 참 사려 깊게 말씀해 주시고 안내해 주셔서 든든했다. 체크인 후 방을 소개해주었는데 상상 이상으로 괜찮았다. 3명이 잘 수 있는 널찍한 방에 마치 새것과 같은 가구들. 화장실도 아주 깔끔했고 좋았다. 얘기를 들어보자 하니, 우리가 배정받은 방은 약 1주일 전 새로 개조한 방이란다. 이렇게 새로 개조한 방이 몇 있는데 그중 하나인 셈이다. 게다가 체크아웃할 때 들은 얘긴데, 우리 방을 사실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준 거란다. 어쩐지 9만 원 치고 너무 괜찮다고 했다. 아침부터 여행하느라 고생했는데 숙소가 따뜻하고 좋으니 기분이 좋았다. 에어컨도 잘 되었고 따뜻한 물도 잘 나왔다. 3성급 호텔이라 어메니티가 조금 부족했지만, 하룻밤 무리 없이 잘 지냈다. 

넓고 깨끗한 방과 화장실

다음날 아침부터 비가 엄청 내렸다. 창밖을 바라보니 하늘이 우중충 했다. 그래도 가파른 언덕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조그만 집들은 귀여워 보였다. 비가 와 바다와 하늘이 잘 구분가지 않았지만, 그 나름대로 운치 있고 멋진 풍경이었다.

호텔 테라스에서 바라볼 수 있는 아말피 코스트

 

우리는 아침 조식을 먹기 위해 1층 식당으로 내려갔다. 호텔 바코는 레스토랑으로도 유명한 듯했다. 어제 저녁에는 식당의 거의 모든 테이블에 사람이 있을 만큼 손님이 많았는데 조식을 먹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마 숙박 손님이 아니라 식당 손님이었나 보다. 어쨌든, 9만 원에 조식까지 포함되어 있다니.. 세계적인 관광지에서 이 정도면 진짜 괜찮은 가격이다. 더구나 코로나 이후 물가가 더 올랐는데도..

호텔 바코의 식당 전경. 아늑해보이는 내부에 테이블도 많았고, 해안가쪽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도 있다.

날씨가 좋다면 분명 밖에 앉았을 테지만, 비가 오고 있어 테라스 쪽의 테이블에는 앉지 못했다. 그래도 창가 자리에 앉았다. 직원분께서 오더니 식사를 내어줄지 물었다. 여기 호텔의 조식은 전날 밤에 미리 주문하는 시스템이다. 조식 메뉴로는 달달한 간식류의 빵부터 토스트와 과일 등 종류가 꽤 많았고, 치즈와 꿀, 살라미 등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것도 고를 수 있다. 물론 음료와 커피 메뉴도 다양하다. 우리는 디저트빵과 통밀 크로와상, 과일과 살라미 등을 주문했다. 곁들일 수 있는 꿀과 리코타 치즈, 나폴리식 살라미도 함께 주문했는데 빵과 먹기 좋았다. 우리가 주문한 과일 주스와 카푸치노도 나왔다. 조식의 퀄리티가 너무 괜찮았고 맛있었다. 처음엔 조금 부족한 듯했으나, 직원분께서 추가로 주문해도 된다고 하셔서 몇 가지를 추가로 주문해 먹었다. 

우리가 전날 주문한 과일이 나오긴 했는데, 저렇게 손질되지 않고 통째로 나올지는 몰랐다. 다른 건 몰라도 남부에서 유명한 레몬은 한번 먹어보고 싶어서 손질을 해달라고 했다. 그러더니 정말 레몬을 썰어서 내왔다. 남부 사람들은 레몬을 그냥도 먹는다길래 한 조각 먹었는데,, 엄청 셨다. 그래도 아주 쓰면서 신맛은 아니라 괜찮긴 했지만, 신맛이 강했다. 역시 레몬... 우리가 레몬을 어떻게 먹냐고 다시 물어봤는데, 뜨거운 물과 잔을 가져오시더니 레몬차를 바로 만들어 주셨다. 역시.. 따로 먹는 법이 다 있다. 

 

조식을 먹은 뒤, 우리는 다음 행선지인 포지타노를 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늘은 5/1일 노동절. 소중한 휴일을 만끽하기 위해 남부를 찾았자만 날씨 운은 좋지 않았다. 여기서 포지타노를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고 아말피로 갔다가, 아말피에서 포지타노로 가는 버스를 탑승해야 한다. 한 가지 변수는.... 비가 무지하게 온다는 것이다. 무슨 장마철처럼 비가 쏟아져내렸다. 우리는 작은 우산에 의지한 채 버스정류장에서 기약 없는 이탈리아 버스를 한참 기다렸다. 그러다 혹시나 히치하이킹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에 엄지 손가락을 척 펼치고는 몇 번 흔들었다. 차가 한대, 두대 지나가더니 빨간색 셰보레의 마티즈가 우리를 지나가더니 멈춰 섰다. 후미등에 불이 들어오고는 우리 쪽으로 후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마음씨 좋은 이탈리아 두 분이 우리를 보고 차를 세운 것이었다. 우리가 아말피로 간다고 하니 중간 버스정류장에 내려주겠다고 하셨다. 너무 감사한 마음에 우산을 접고 빨간색 마티즈에 탑승했다. 둘의 이름은 안드레아와 마리오. 친척 사이였다. 그중 마리오는 포지타노의 식당에서 일한다고 했다. 우리도 마침 오늘 포지타노에 가는데! 그의 직장은 카페 포지타노. 오늘 꼭 들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중간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우리는 안드레아와 마리오에게 작지만 감사의 표시로 지난번 오스트리아에서 사 온 모차르트 초콜릿과 레몬빵, 크로와상을 건넸다. 

 

비도 오고 생각보다 힘든 대중교통 남부여행 일정이지만 숙소가 좋아서, 조식이 괜찮아서, 또 새로운 인연이 좋아서 많은 힘을 얻은 것 같다. 그나저나 호텔 바코, 아말피에서 버스를 타야 해 접근성이 좋다고는 말 못 하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깔끔하고 조식이 맛있는 숙소를 찾고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다. 

반응형

댓글